2010/01/30

킹스 퀘스트 5 (King's Quest V: Absence Makes the Heart Go Yonder!)

발매년: 1990
개발사: Sierra On-Line
유통사: Sierra On-Line
플랫폼: DOS

난이도 설정: 없음


킹스퀘스트5(이하KQ5)는 시에라온라인의 어드벤쳐가 재탄생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내적으로는 전통적인 문장 타이핑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버리고 아이콘을 사용한 마우스 기반의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로 변모했으며 외적으로는 그동안 고집해왔던 EGA16칼라의 수작업 도트그래픽을 버리고 실제 그림을 스캔한 화려한 VGA256칼라를 도입하였다.

개인적으로 1990년은 어드벤쳐 게임의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은 해라고 생각하는데 루카스아츠가 Loom과 Monkey Island로 큰 파장을 몰고 왔으며 시에라까지 KQ5로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쳐에 동참함으로서 전통적인 어드벤쳐는 완전히 주류에서 물러나게 된다. RPG가 발더스게이트를 기점으로 과거와의 연결점을 잃은것과 마찬가지로 어드벤쳐도 이때를 기점으로 과거와는 단절된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인트앤클릭 인터페이스가 사용할수 있는 동사의 수를 극도로 제한함으로서 퍼즐의 깊이와 난이도를 대폭 하락시켰으며 플레이어의 상상력 마저 제한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주 요소였던 퍼즐의 힘이 약해짐으로인해 게임의 초점은 그래픽과 스토리로 옮겨갔으며 점점 더 게임의 본질에서는 멀어져갔다. 초기의 텍스트 어드벤쳐를 해보면 도저히 이게 같은 장르라고 볼수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변했다는걸 알수있을 것이다.

KQ5도 전형적인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퍼즐에 대한 접근방법이나 깊이가 형편없을 정도로 제한적이며 모호하고 광범위한 의미의 명령어 때문에 플레이어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수가 없다.

동시기의 루카스아츠가 제한된 몇몇의 동사를 사용하는 대신에 시에라는 그림 아이콘을 사용했는데 실질적으로는 모든 동사를 Use 하나에 때려박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보면 시대를 엄청나게 앞서나간것이라고 해야하는데 결국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현재의 대부분 어드벤쳐 게임들도 Use하나만을 사용하는 아이콘 기반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Use라는 동사가 말그대로 어떤 동사든지 전부 대체할수 있는 만능의 단어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이 동사로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행위를 실행할수가 없다. 예를들어 전통적인 텍스트 어드벤쳐라면 빵속에 뭔가 들어있는지 보기 위해서 빵을 반으로 쪼개고 싶다고 명령할수 있지만 Use만 사용할수 있는 KQ5에서는 이 Use를 사용했을때 빵을 쪼갠다는 것인지 먹는다는 것인지 어딘가에 던진다는 것인지 빵을 주물러서 형태를 바꾼다는 것이지 뭘 한다는것인지 명확하게 알수가 없다. 그저 게임 내에서 정해놓은 그 뭔가가 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안되거나 둘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 뭔가'를 정확하게 예상할수 없다는 점에서 퍼즐은 더이상 플레이어가 문제의 해결방법을 머리속에 떠올릴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지점과 시점에 Use아이콘을 클릭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결국 이런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의미의 아이콘을 가지고 최대한 플레이어가 납득할만한 퍼즐을 만들자니 퍼즐은 1차원적이고 뻔한 행위가 되어버린다. 대부분의 퍼즐이 그냥 물건이 있으면 줍고 그걸 적당한 상황에서 사용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사실 KQ5는 이런 포인트앤 클릭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몇몇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게 생각처럼 그다지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매우 짧은 시간 제한의 퍼즐(기회를 한번 놓치면 그걸로 엔딩은 볼수없다.)을 넣거나 상황과 배경을 활용한 퍼즐같은 것들이다. 시간 제한 퍼즐의 경우는 아이콘이 왕관모양으로 바뀌며 이동은 불가능해지고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사용하는 정도밖에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문제는 이 상황이 주인공의 죽음과 같은 급박한 순간에는 플레이어가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고양이가 화면끝에서 다른 끝으로 뛰어가는 순간에는 이게 퍼즐인지 무슨 스토리 복선의 순간인지 그냥 의미없는 배경이미지인지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걸 한번 지나치고 나면 그대로 엔딩을 볼수 없게 된다.

이런 종류의 '한번 지나가면 끝' 상황들 때문에 매순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며 아이콘이 왕관으로 바뀌는 순간 게임을 멈추고 생각을 해봐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은 그 순간에 뭘 해야할지 뻔하기 때문에 문제는 안되는데 고양이 만큼은 심하게 문제가 된다. 왜 하필 고양이를 쫓는데 그 물건을 써야하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킹스퀘스트 시리즈가 원래 퍼즐에서 여러 전래동화들의 패러디를 넣는게 특징이라 고양이와 그 물건의 연결로 떠오르는 동화가 없는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해가 안가는 괴상한 해결방법인것은 사실이다. 필자가 KQ5의 퍼즐을 풀면서 가장 고생한 부분이 바로 이 고양이 퍼즐과 엘프를 잡는 퍼즐이었는데 엘프를 잡는 방법도 뭔가 동화에서 알려진 엘프의 특성을 이용한것 같다. 아쉽게도 엘프가 그것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좀 고생을 했다.

게임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3챕터 형식으로 1장에서 여행에 필요한 장비를 모으고 2장에서 고난의 여행을 하며 3장에서 악의 소굴에서 최후의 대결을 하는 고전적인 내용이다. 실제로 게임상에서 챕터가 구분되는게 아니고 스토리상 그렇다는 얘기이다. 이중에 1장이 가장 크고 복잡하며 2장과 3장은 굉장히 짧고 선형적이다. 그나마 1장이 디자인적으로 괜찮은 구조인데 퍼즐의 난이도도 이곳이 가장 높으며 비선형적인 진행 구조로 전반적인 퍼즐의 저 난이도를 보충하고 있다.

이 게임에는 각 장마다 1개씩 총 3개의 거지같은 미로가 등장하는데 그것도 1장의 것이 가장 낫다고 말할수 있다. 1장과 2장의 미로는 같은 스타일 이지만 2장의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을 정도로 쉽고 시시한 것이며 3장은 특이하게도 위자드리 스타일의 RPG던전인데 맵을 그리다 보면 이게 무슨 장난하자는 것인지 규모는 어이없을 정도로 작고 그안의 퍼즐이라고 해봐야 열쇠를 줏어다가 문을 여는 수준의 간단한 것이다. 더 웃기는건 그 열쇠와 문의 위치가 바로 인접해 있어서 사실 그 작은 맵조차 다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장의 사막 미로는 재미는 없지만 그나마 규모가 크고 퍼즐이 몇몇 있기에 최소한 플레이어를 약간 괴롭히기는 한다. 수도없이 죽어가면서 끝없이 맵을 그리다보면 정말 사막에서 헤메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1장에는 특정 아이템이 없으면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는 지점도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조력자인 세드릭이 위험하다고 경고를 하는 지점은 최대한 나중에 가는편이 좋다. 퍼즐은 간단하지만 이런 면 때문에 1장은 난이도가 좀 있다. 음식의 경우도 쓸데없이 먹었다가는 2,3장의 필요한 상황에서 못쓰게 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상황이 오니 의미없는 행동은 자제하는게 좋다.

나름대로 괜찮은 1장을 끝내고 2장에 진입하게 되면 갑자기 게임 난이도가 급 하락함을 느낄수 있다. 1장의 비선형적인 구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냥 순차적으로 간단한 퍼즐을 만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1장에서 얻은 아이템을 그냥 필요한 상황에서 쓰면 그만이다. 어떻게 본 여행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내용이 더 알차고 길다보니 사기를 당한 느낌마저 든다. 너무나 쉽게 모르닥의 성에 도착하고나면 이건 뭐 본론은 없고 서론만 시작하다 갑자기 결론에 다다른 어이없는 느낌이 들것이다.

3장인 모르닥의 성은 그나마 2장보다 낫지만 어이없긴 마찬가지다. 아마 3장의 가장 큰 난관은 퍼즐도 아니요 미로도 아니니 바로 서재 입구를 찾는것이다. 서재 입구가 전혀 갈수있는 곳이라고는 생각할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에 화면을 잘 봐야 할 것이다. 서재 입구 때문에 헤멘걸 생각하면 아직도 어이가 없다.

모르닥과의 대결인 마지막 퍼즐도 이게 포인트앤 클릭 어드벤쳐가 아니었다면 흥미로운 퍼즐이 될수도 있었을 것이다. 책과 그림의 의미를 스스로 깨달아야 했을테니까 말이다. 근데 명령어가 Use밖에 없다보니 어쩔수 없이 그 순간에 그림이 떡 하니 나와서 아예 퍼즐의 해답을 게임 스스로 풀어줘 버린다. 플레이어가 할일은 그냥 마우스 클릭만 하면 되는 것이다.

1장의 난이도와 분량이 2,3장에서도 지속됐었더라면 포인트앤 클릭 어드벤쳐로서는 나름대로 명작이 될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 이렇게 용두사미의 게임이 되어버렸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마 제작시간과 제작비용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초반에는 게임진행이나 퍼즐과 상관없는 배경에도 look 아이콘을 찍었을때 자세하게 설명이 나오는데 2장부터는 퍼즐과 관계가 없는 부분은 그런 기본적인 설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뭔가 날림으로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스토리 자체도 전혀 인상적인 부분이 없다. 도와준 동물들이 은혜를 갚는 동화들의 성의없는 짜집기에 불과하며 모든 캐릭터들은 1회용이다. 1장에는 좀 괜찮은 이야기들도 있고 분위기도 있는데 2장부터는 그냥 막장이다. 가장 중요해야할 2장이 너무나 어이없이 처리되는 바람에 3장에 와서 아무런 감정의 울림이 없다. 사랑하는 가족을 되찾기 위해 뭔가 엄청난 고난을 이기고 왔다는 서사시적인 느낌이 드는게 아니라 짐싸는데만 고생하다 막상 출발하니 바로 옆동네더라 하는 황당한 느낌만 든다.

그래도 그림하나만은 대단하다. 시에라가 256칼라를 쓴 최초의 게임이 KQ5였는데 이후로 시에라의 어떤 256칼라 어드벤쳐도 이 게임 그래픽의 아름다움을 능가하지 못했다. 처음이라 힘이 잔뜩 들어갔는지 구도며 색채며 디테일이며 한장 한장이 완전 유화 미술작품을 보는듯하다. 어째서인지 KQ5 이후부터는 같은 해상도에 같은 칼라임에도 훨씬 떨어지는 디테일에 성의 없는 그림으로 일관했다. 도트그래픽이 아닌 스캔한 256칼라 그래픽 중에서는 아마 KQ5를 능가하는 그래픽이 없을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림만으로도 분위기를 한껏 북돋우는데 아쉽게도 게임플레이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그래픽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몇몇 게임들이 있는데 KQ5가 바로 그중 하나이다.

KQ5는 시에라 어드벤쳐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작품이었지만 그 새로움과 함께 명확한 한계도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려함과 단순하고 쉬운 인터페이스를 얻은 대신에 게임의 깊이와 몰입감을 잃었다.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쳐는 게임플레이에서 잃은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더욱더 그래픽과 스토리, 캐릭터등 게임외적인 면을 강화해야 했으며 KQ5는 이것이 실패했을때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에 대한 견본이 되었다.



평가 ★★☆☆☆

댓글 25개:

  1.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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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gicscroll - 2010/01/30 12:15
    부족한 리뷰지만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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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A에 글을 남겨놓으셔셔 글 읽고 갑니다.

    전 별두개 추가해서 4개 색칠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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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쑤현파파 - 2010/02/01 01:48
    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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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KQ5의 전체 게임성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중간에 좀 짜증스런 퍼즐이 없잖고, 스토리도 지금보니 전형적이면서 단순하기 그지 없지만, 아주 엉성하게 구성된 KQ7 보단 훨씬 낫다고 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KQ7이 5편 보다 더 최악이였는걸요....)

    그리고, 스토리에 인상적인 부분이 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 의견에 솔직히 이해가 안갑니다. 저는 오히려 독수리가 그라함을 구출하는 장면이랑 후반에 세드릭이 모르닥한테 죽임을 당할 뻔한 그라함을 구하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인상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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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익명 / KQ5의 문제는 짜증스런 퍼즐이라기 보다는 중반부터 생각이 필요없는 너무나 간단하고 무성의한 퍼즐이 난무한다는거죠. 스토리가 전형적이고 단순하다는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 전형적인 스토리가 전형적으로 전개가 안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죠. 마지작 3장에서 가족을 구하는 카타르시스를 주려면 2장에서 충분히 게이머를 괴롭혀야 하는데 오히려 2장이 어이없을 정도로 쉽고 짧으니 전형적으로 전개가 되지 않은것이죠. 원숭이섬의 비밀이 KQ5와 스토리의 구조가 매우 비슷한 3장 구성인데 원숭이섬도 2장이 무척 짧습니다. 근데 원숭이섬은 코믹물이기 때문에 그게 플레이어의 뒷통수를 치는 개그가 되어버립니다. 여행이 길줄 알고 힘들게 준비했더니 순식간에 끝나더라~ 이거는 코믹물에서는 기존의 전형적인 틀을 깨서 웃음을 주는 장점이 되지만 KQ5처럼 진지하게 스토리를 풀어가는 작품에서는 커다란 결점이 된다는겁니다. KQ7은 안해봐서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KQ7보다 낫다는게 어떻게 KQ5가 잘만든 게임이 된다는 근거가 되는지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스토리에 인상적인 부분이야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같은 경우는 독수리는 먹이 줄때부터 얘가 나중에 한번 도움을 주겠다는건 그전까지 패턴에 의해 짐작했기 때문에 전혀 인상적인 부분이 없더군요. 세드릭도 끝날때까지 도움은 커녕 민폐만 끼치니 얘가 마지막에 가서 뭐 하나 도움이 되긴 할텐데 했는데 몸으로 때우는 너무나 진부한 장면에 할말이 없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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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껍질인간님은 루카스아츠 어드벤쳐게임도 싫어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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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쳐를 좀 싫어하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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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익명 / 초기 루카스 어드벤쳐는 무척 좋아합니다. 매니악맨션같은거요. 룸이나 원숭이섬부터는 그다지 좋게 보질 않아요. 영화적 연출을 위해서 게임성을 많이 희생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익명 / 포인트앤 클릭 방식이 텍스트입력보다 게임적으로 퇴보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성 면에서야 좋아지긴 했지만 그 댓가로 게임의 깊이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얄팍해졌죠. 그래도 미스트처럼 포인트앤 클릭의 의미를 명확하고 공정하게 만들면 한계를 극복할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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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숭이섬의 비밀 1을 해봤는데
      나름 재미는 있지만 퍼즐이나 게임 볼륨이 뭔가 아쉽다 느꼈는데
      생각해보면 스토리를 위한 퍼즐이지 문제 해결을 위한 퍼즐이 아니었던 느낌이 들었던거군요;
      저는 아직 초짜인가 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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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익명 & 껍질인간 / 저도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에서 매니악맨션하고 그와 비슷하지만 덜 알려졌던 작의 모험이 퍼즐적인 면에서 가장 재밌있었습니다. 싸구려 소설에서 나올법한 SF 호러 배경들도 괜찮았구요.

    하지만 그냥 스토리를 즐기는 면에서는 원숭이섬비밀1, 2를 가장 재미있게 했었던거 같네요. 음악+그래픽+디자인+퍼즐+대사의 조합이라는 면에서 아이패드가 생기고 나서 다시 받아서 해봐도 그 찰진 대사들과 유머의 파워가 아직도 저에게 개인적으로는 상당하더군요.

    반면에 영어 실력이 늘은 지금 해보니 로버타 윌리암스가 쓴 시에라 온라인 작품들은 각본과 대사들이 무언가 뻣뻣하다는 느낌이 영..킹스퀘스트도 후반으로 올수록 그 점이 더 부각되서 다시 해볼려고 해도 초반에서 뒤로 진행하고 싶은 생각이 안나더군요. 킹스퀘스트도 그렇고 판타스마고리아(ㅜㅜ)같은 것도 있고 참...차라리 스페이스퀘스트가 더 재밌었는데

    그러고 보니 스페이스퀘스트 원작자들이 이번에 킥스타터 시작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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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simon / 원숭이섬1은 저도 플레이하면서 엄청 웃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실없는 개그였는데 그게 굉장히 제 취향이었습니다. 다만 게임플레이 자체는 들러리라는 느낌이 강해서 무척 아쉽기도 했습니다.

    시에라 어드벤쳐는 여러모로 중후기 루카스 어드벤쳐와는 방향이 좀 달랐죠. 루카스가 퍼즐보다는 스토리와 캐릭터 중심의 보여주기에 집중하면서 캐주얼 게이머들을 노렸다면 시에라는 도스시절까지는 어떻게든 어드벤쳐 고유의 게임플레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했던거 같습니다. 물론 시디롬 나오고 나서부터는 어설프게 루카스 따라하다가 망했지만.-_-;

    스페이스퀘스트 후속작 킥스타터는 초반에 돈 모이는거 보면서 모금 성공 못할줄 알았는데 나중에 결과 보니까 어떻게 해냈더군요. 이것도 기부천사가 나타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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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킹스퀘스트1을 엔딩을 보진 못했지만 정말 참신하다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그냥 디스켓 복사만 해서 한거라 아무 정보 없이 해서 어떻게 진행하는건지 몰랐죠.. 모르는 영어단어 마구마구 입력해보고 수많은 시행착오로 어쩌다 통용되는게 나오면 '우와~~'하고 감탄하고 ㅎㅎ;;

    아직도 기억나는게 'bow' 였나... 인사를 하면 모자 떨궜던...

    근데, 저는 이상하게 근처에 물이 있으면 너무 무섭더군요.. 익사가 제일 많았던듯 싶습니다. 이미 그때부터 저는 발컨이었다는...

    그 뒤로 어드벤쳐라고 나오는 게임들은 대부분 재밌게 한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내용도 그렇겠지만, 그러한 형식의 게임들이 그냥 재밌었던것 같네요.. 당시에는 요즘처럼 게임이나 책, 영상등을 쉽게 구할때가 아니라서 그런지, 어드벤쳐 게임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그래픽 장면'을 보기 위한 이유로도 많이 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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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neoSpirits / kq1은 어드벤쳐의 '원래' 방식에 충실한 게임이었죠. 처음부터 어디든 갈수 있을정도로 맵이 오픈되어 있고 보물을 찾는 순서도 정해져있지 않을만큼 비선형적이었으니까요. 말그대로 탐험을 하는 '어드벤쳐'게임이었어요. 후기의 포인트앤 클릭 어드벤쳐들과 비교하면 마치 서양RPG와 일본RPG의 차이를 보는것 같죠. 그래서 예전에 일본RPG를 두고 RPG가 아니라 어드벤쳐게임같다는 말이 많았는데 이건 사실 어드벤쳐 게임에 대한 엄청난 오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후기의 선형적인 어드벤쳐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초창기의 비선형적인 '원래' 어드벤쳐가 잊혀진게 굉장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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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neoSpirit님과 주인장님의 말을 듣다보니 아마 콜로넬의 유산 / 아이스맨 정도 까지는 그래도 아직 확달랐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스맨같은건 하면서 시에라의 그 악독한 죽이기에 얼마나 욕나왔는지 어휴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에라 게임에 루카스 어드벤처 색을 더한 스타일의 궁극은 오히려 시에라 게임들이 아니라 키란디아의 전설 시리즈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때도 하면서 딱 생각이 그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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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simon//

    추억은 역시 같은곳을 바라보나 봅니다..ㅎㅎ

    아이스맨이 뭔가 싶어서 찾아봤더니 오래전에 복사 씨디 안에 있던 그 게임이었네요.. ㅡㅡ;;

    구동해보고는 읔...킹퀘구나..하고 일분만에 체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뭐..실상 그런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화면으로 보면 그렇게 보이더군요.. 만약에 복사란게 아니었으면 한번 깊게 파고들었을텐데..당시에는 복사가 만연하던때라...ㅡ.ㅡ 이미 겜 불감증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킹스퀘스트 형식의 게임은 1,2편만으로도 충분한것 같습니다.. ^^;

    저는.. 후에 키란디아.. 나왔을때...화면만 보고 판단을 하여 해보진 못했습니다. 음..루카스 아류구나..하구요.. ㅎㅎ;;


    개인적으로 어드벤쳐겜중에서 참 재밌다라고 느낀것은 '원생섬1'과 '닼시드', '얼론인더닼1'입니다. 물론, 얼론인더다크는 액션이 많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봅니다. 어드벤쳐의 둠과 같은 충격이었거든요.. 이 세 게임은 100% 저 혼자 깨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영어장벽이 있는데다가 그로 인한 원생섬1의 유머부분을 전혀 유머하지 못하게 넘긴게 종종 있었거든요.. ㅡㅡ;;

    그래서, 동생과 같이 노트에다가 대사 하나하나 다 기록하면서 즐겼습니다. 모두 해석하면서 엄청 오랜시간동안 즐겼네요. 하나하나 이해가 가기 시작할때부터 둘이서 미친듯이 빠져들어 밤낮 매달린 기억이 납니다. 다크시드와 얼론인더다크도 메모하면서 동생과 거의 토론 수준으로 얘기하면서 했었습니다. 정말 재밌더군요..

    아마도 비단, 이 게임이 아니라도 그렇게 플레이했다면 분명 재밌었을거 같네요.

    또한가지 다른 이유는..위 세가지 게임은 정품을 구입했었거든요..ㅎㅎ..나중에 킹퀘 컬렉션 씨디를 구입했었지만 친구들이 많이 빌려가서 행방불명되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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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책에선가 RPG 게임은 어드벤쳐에서 파생되어 나왔다라고 한 글을 본거 같은데, 뭐 맞는지 아닌지는 별 생각 안하고 싶고, 그냥 그럴듯 하다고 봐 집니다.

    특히, 'Times of Lore'를 보면 겉모양은 울티마모양과 같은..아니, 탱글드테일즈같은 그래픽으로 RPG 같지만, 제가 볼땐 어드벤쳐게임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런 구분이 제 개인적으로 게임을 즐길때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굳이 쟝르를 구분하여 게임에 임한다면 어떤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실망할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전략게임...소위 '4x'라고 하는 게임을 해보면 저는 이상하게 그 게임들이 전략게임이라고 느껴지질 않고 RPG 게임이라고 느껴지더군요. 탐험하고 정복하고 무역하고 뭐 그런게 있다고 꼭 전략게임이라고 생각할 필요 없이..그 세계 안에서 제가 익명의 주인공이 되어서 맘껏 돌아다닌다는 점이(또는 전지적시점에서 맘껏 이넘들 저넘들 건드리는.) 제가 Role을 한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뭐.. 제가 좀 이상한건지도 모르죠.. ㅎㅎ

    어쩌면 근본적인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걸수도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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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위에 써놓고 보니 뭘 말하는지 모르겠네요..잠깐 추억에 빠졌다가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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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simon / 저도 키란디아 할때 그런 느낌을 받았죠. 시에라 어드벤쳐의 형식에 루카스 어드벤쳐의 방향성을 얹어놓은 게임같았습니다. 루카스의 방향성을 싫어했기에 키란디아도 별로 인상적이지는 않았어요.



    neoSpirits / 콜로넬의 유산이나 아이스맨 같은 게임은 그렇게 했어도 재미없었을 거예요.ㅋㅋㅋ 우선 포인트앤 클릭이 아니라 문장 타이핑이고 난이도는 원숭이섬이나 다크시드 같은것 보다 훨씬 어려운 게임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시에라 어드벤쳐는 성인용이었죠.

    원래 RPG라는 말은 80년대까지는 TRPG를 뜻하는 말이었어요. PC게임에 RPG라는 장르명을 붙이는 일이 잘 없었죠. RPG나 어드벤쳐 다 합쳐서 그냥 어드벤쳐라고 불렸고 좀 구분하면 롤 플레잉 어드벤쳐 쯤으로 불릴때가 많았죠. 실제로 위저드리는 표지에 '판타지 롤-플레잉 시뮬레이션'이라고 써있고 울티마5 표지에는 '롤-플레잉 어드벤쳐'라고 써있습니다. 웨이스트랜드는 CGW에서 '어드벤쳐 오브 더 이어'를 수상했죠. RPG와 어드벤쳐의 개념이 확실하게 갈린건 90년대부터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 얘기도 예전에 블로그 어딘가에 약간 써놨을거예요. 어드벤쳐와 RPG가 같은 뿌리라는건 제가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얘기라서... neoSpirit님이 이상한게 아니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드벤쳐의 개념이 왜곡된거 뿐이죠. 원래 어드벤쳐라는 장르명의 의미가 바로 그거였어요. 탐험하면서 맘대로 돌아다니는 장르... 근데 이제와서 이런 얘기를 하면 아무도 안믿죠. 그게 사실인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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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텍스트에서 포인트 앤 클릭으로 넘어오는 부분을 어쩌면 잘 해결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은 Trilby's Note 라는 게임 아닐까 싶네요. 비교적 짧은 인디게임이구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5 days stranger라는 작품의 연작 시리즈로 나오는 네 작품 중 약간 외전 격으로 나오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독특하게도 텍스트 어드벤쳐가 아닌 그래픽 어드벤쳐인데 명령어를 전부 타이핑해야합니다.

    그리고 킹스퀘스트의 가장 뛰어난 그래픽은 킹퀘8! 전 정말 재미있게 했는데 모두가 똥이라고 하는 작품이죠... ㅠㅠ 개인적으로 킹퀘 시리즈중 4 빼고 다 해봤는데 저는 6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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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게임 소개 감사합니다.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킹퀘6편은 5편 마치고 하다가 중단된 상태네요. 이것도 언제 엔딩을 봐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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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몇 개 해보니 어드벤처가 왜 망했는지 알겠더군요. 난이도를 창의적으로 높일수가 없으니 어려운 부분은 죄다 픽셀헌팅으로 때워놨는데 정말 짜증나더군요. 분명 사람들은 어드벤처가 머리쓰는 재미있는 장르라는 말을 듣고 왔다가 스트레스만 주는 숨은 그림찾기에 질려버려서 'ㅅㅂ 어드벤처가 이런거였어? 안해!' 이런 반응을 하지 않았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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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tab 또는 space 누르면 오브젝트 위치가 전부 나와서 숨은 찾기 게임은 아니죠 =_= 근데 퍼즐이 재미없어진 거는 사실입니다. 다들 너무 뻔해서리.. 루카스아츠처럼 와 x발 이거 진짜 대박. 이런 거 어떻게 생각하지? 이런 부분은 없는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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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 당시에도 그런 기능이 있었나요? 저는 90년대 게임밖에 안해봤기때문에 그런 기능은 있는줄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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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달랑 / 익명님은 요즘 어드벤쳐가 그렇다는 얘기 같네요. 90년대 어드벤쳐는 당연히 그런거 없죠. 근데 픽셀헌팅도 하다보면 늡니다.-_-; 어드벤쳐 많이 하다보면 대체로 관찰력이 굉장히 늘어나죠. 완전 매의눈이 됩니다. 그렇게 되고나면 요즘 게임들이 얼마나 배경을 활용 안하는지 보이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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